D-31 하동

1. 마지막 글이 16년 12월이라니!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2. 17년은 힘들었으니 건너 뛰기로 한다. 17년 1,2월은 마음고생으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살이 쭉쭉 빠졌더랬다.

3. 18년 3월부터 서울역 차병원(차여성의학연구소)를 다녔다.
새벽에 일정한 시간에 배주사맞고 하루에 세 번, 8시간마다 약먹고 복수차는 등등 많은 경험을 하고 난자채취 한 번과 냉동수정란 2번 이식으로 하동이를 갖게 되었다.

4. 하동이는 뱃속에서 매우 효자(!)로 입덧도 거의 없었고 회사도 34주까지 다니게 해주었다. 사실 지금도 출근 할 수 있는 몸 상태지만 올해 연차쓰고 출휴 들어가려고 좀 일찍 쉬게 되었다.

5. 아이를 갖기 전, 그러니까 차병원 다닐 때 몸 상태가 더 안좋았다. 병든 닭처럼 졸고 퇴근하면 쓰러져서 잠들고 두통이 심했다.
오히려 임신하고선 짧았던 입덧, 철분제 복용으로 싹 없어진 두통, 보건소 철분제 복용 중이지만 변비도 없다.
엉치뼈가 아프고 다리가 붓고 살이 매우 많이 쪘지만(그래도 남편이 먹는 것에 비해 덜 찐다고 신기해 했다) 이 정도면 굉장히 무난한 임신기간이라고 생각된다.
아, 새벽에 깨서 화장실 가는 것도 다섯시 쯤 한 번 정도이다. 잠은 임신 전보다야 선잠이지만 이것도 한 두시간에 한 번씩 깨는 산모에 비하면 매우 양호하지.

6. 하동이는 34주 4일에 2.35kg로 평균 무게 유지 중이다. 정말 다행인건 임신하고 과일을 엄청 먹는데 아기는 주수에 맞게 크고 있다.
내가 38주에 4kg에 태어났고 남편이 3.8kg에 태어나서 아기가 많이 클까봐 두려웠는데 다행이다.
남편은 하동이가 2.8kg에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난 3.2kg는 되어야 할 것 같다. 남자 아기인데 2.8은 너무 작지않을까 ㄷㄷㄷㄷㄷ

7. 여러가지 상황이 얽혀서 출산 전까진 친정에 있으려고 내려왔다. 출산병원은 서울에서 다니던 병원에서 옮기지 않을거라 하동이가 태어나기 전에 나에게 시간 여유를 주길 바라고 있다. 갑자기 양수가 터진다거나 하면 안된다.

8. 하루에 한 번씩 강아지 동생들 산책시키는게 내 가장 큰 숙제(아무도 하라고 하진 않았지만).
엉덩이만 들썩이면 따라다니는 녀석때문에 외출 한 번 하는데도 눈치보이고 미안하다.
조리원 생활 끝나면 다시 친정으로 와야해서 강아지 동생들한테 조카가 생긴다고 꾸준히 얘기해주고 있다. 귀찮고
궁금하고 질투도 나겠지만 물지만 말아줘.

9. 태교는 안했다. 회사다니느냐 바빴다는 핑계를 슬쩍.

10. 아기 물건들도 이번 주부터 급하게 주문 중이다. 매일 cj택배 기사님이 하루에 두 번이상씩 문자보내주신다. "현관 앞에 택배를 두었습니다."

11. 뱃속에서 열심히 딸꾹질하는 하동이. 열심히 폐호흡 연습도 하고 건강하게 만나자. 그리고 아직 치골 쪽으로 내려오면 안돼, 하동아. 아빠 바람대로 2.8kg는 되어야지. 벌써 안내려와도 된단다^^;;

인간 관계란. 일상

1. 4월에 입사하고 내년 1월 3일자로 보직이동.
말단 직원이니 군말없이 이동하긴 하는데 여러가지 일이 뒤섞인 보직이동이라 지금 굉장히 짜증난 상태.
역시 사회생활은 정치질.
착한 척 하면서 본인 득되는 건 다 챙기다니. 뒷통수 맞은 기분이다.

2. 난임검사 받고 왔다. 하......
다음 주, 나팔관 조영술 예약하고 왔다.
신랑이랑 웃으면서 만일 난임이 아닌 불임이면 적금깨서 해외여행이나 다녀오자! 하고 하하호호 밥 잘 먹고 커피까지 잘 마시고 회사 앞에서 웃으며 헤어졌다.
회사일이 더 스트레스이니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톡으로 신랑 친구 아내가 태어난지 두달도 안된 '둘째'사진들을 보내며 잘생겼다고 자랑을 하길래 진짜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그래서 괜한 애한테 <난임검사받고 왔다. 타이밍이 안좋았다.> 얘기했더니 <왜 그러냐, 검사결과가 안좋냐. 괜찮다. 요샌 다른 방법도 많지 않냐.>
아이고, 너는 난임검사란 것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게 하루 갔다 왔다고 해서 모든 검사가 끝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설사 결과가 안좋으면 뭐 어쩌자고 결과가 어떠하냐, 나쁘냐 좋으냐를 물어보냐.
그래서 내가 울컥해서 안해도 되는 얘기 했다고 모르는 척 해달라고 했다.
우리가 불임부부라고 확정되면 그 때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한 돈오백 줄 것 아니면 검사결과 같은 것은 묻지 말자.
여기서 꺼내보는 명언. '동정은 돈으로'


3월의 일상. 일상


1. 2월 마지막 주부터 3월 첫주는 정말 하루종일 전화를 붙들고 있다시피할 정도로 너무 바빴다. 그 바쁨은 11일까지 이어졌었다.
물 마실 시간도 없어서 네, **입니다. 하면서 물을 삼킬 정도였다.

2. 거기다 집안에 큰 일도 터졌다. 나보다도 신랑이 제일 정신없을게다.

3. 하던 공부는 손에서 놨다. 해야하는 건 아는데 머리에 하나도 안들어와서 그냥 보고만 있다.

4. 지난 주, ㄲㅊㅊ을 보다 소리내어 울었다. 내가 아끼는 아이의 가정사는 차치하고(그건 누가 봐도 눈물날 상황이었다),
워터홀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예상하지 못한 눈물이라 당황했다. 그냥 배경음악이 깔리고 해가지는 상황에서 기린 한 마리, 코끼리 한 마리가 워터홀을 찾아 물을 마시는 상황이었다. 그걸 보며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다. 
옆에서 함께 보던 신랑은 "요새 그렇게 힘들어? 저걸 보면서 이렇게 울게?" 라고 했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저기 저곳에 가서 하루종일 벤치에 앉아 찾아오는 동물들을,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눈물은 계속흘리고 있지만 소리내어 웃으며 "기린이 너무 불쌍하잖아. 물마시는게 너무 힘들어 보여." 라고 대답했다.  

5. 여행을 가고 싶다 내내 말하지만, 여행을 다녀온 뒤라도 변함없을 현실. 그럼에도 2박 3일, 3박 4일, 4박 5일, 그 짧은 기간만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은 소망. 하지만 가까운 경복궁도 못거니는 내 현실.

6. 그럼에도 나는, 이번 주말, 친정에 가서 엄마아빠를 본 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하고 있다. 내 두마리 작은 동생들과 엄마와 아빠.. 그 사이에서 낮잠을 자야지.

다이어트 강박, 안쓰러운 나. 일상

정말 오랜만에 페북에 로긴을 했다.
그리고 친구가 태그 해놓은 내 옛날 사진을 봤다. 몇 년 전, 친구들과 동해바다로 놀러갔을 때 찍은 사진.
그 사진 속 나는 정말 마른 목선과 어깨선을 가졌고 지금과도 너무 다른 얼굴선을 가졌더라.
얼굴에 눈코입 빼면 여백이 별로 없어보일 정도(이것은 과장된 표현입니다).

하지만 저 당시의 나는 내가 말랐다고 생각을 안하고 살았다.
나는 늘 내 몸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나는 늘 더 살을 빼야 하고 더 예뻐져야 하며 더 말라야한다고 생각했다.

171cm의 키에 50kg이 나갈때도 나는 48kg이 되기위해 살을 뺐었으니까..


그 때의 내가 안쓰럽다. 어린 것만으로도 예뻤을 20대를 나는 왜 그렇게 보냈을까.
나는 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았을까, 후회된다.
그 때도 날 향해, 예쁘다- 충분히 말랐으니 그만 다이어트해라. 라고 얘기해주던 내 사람들의 이야기는 왜 듣지 않고
내 못난 점만을 이야기하던 이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을까.


최화정이 어느 방송에서 '나는 오늘이 가장 예쁘다'라고 하는 걸 보고 정말 충격받고! 그래! 저렇게 살아야해!!
했었는데 다짐만 할 뿐, 생각만 할 뿐, 나는 늘 거울속의 나에게 실망한다.



도대체 나는 왜 미의 기준을 마른 것에 두는 것인가, 나는 왜 한 평생 말라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하며 그 속에 파묻혀 내 20대를 갉아먹은 것일까. 그리고 왜 내 30대 초반을 갉아먹고 있는 것인가.


어렸던 나, 젊음으로만으로도 충분히 반짝거렸던 그 때의 나를 안아주고 싶다.


(+ 글에서 예쁘다는 표현은 객관적으로 예쁘다!라는 것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2016년 1월. 춥다. 일상

1. 어제부터 열심히 껴입고 그 위에는 도저히 내 아우터를 입을 수 없어서 오빠의 (새 아우터에 밀린) 110 사이즈 아우터를 입고 나오고 있다.
분명 한 겨울에도 힐을 신고 미니스커트(기모스타킹이 뭔가요!)를 입던 내가 있었는데..다른 사람 이야기같다.
요즘의 나는 그냥 안추운게 최고다!

2. 재밌게 배우던 발레는 논문을 마무리하며 못나가게 되었고 그렇게 못가게 된지 3달째. 원래 다니던 곳의 위치가 애매하다는 핑계가 있긴한데 이 말인 즉, 운동을 안한지도 3달이라는 이야기.

3. 어제 친구 생일 모임 중에 그 모임의 막내에게 논문을 전해주었더니 정말 반가워하고 기뻐하고 존경심을 표해서 기분이 묘했다.
5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이 모임에는 내가 딱 중간 나이, 중간키(키 171cm가 중간키야)를 맡고 있는 햇수로 11년된 모임이다. 그 중 한 명의 친구가 이번에 나와 함께 석사학위를 받는데 나는 너무 오래 걸렸고 다른 친구도 조금 걸렸기 때문에 그렇게나 기뻐해준건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기뻐해주고 신기해하며 축하해주어서 고마웠다. 그래, 말은 하지 않아도 네가 반듯한 직장에 반듯하게 취직해서 돈 버는 사이에 저 언니들은 도대체 뭐하는건가..싶었겠지. 처음으로 받아보는 석사논문이라며 '이런걸 어떻게 써요!! 존경스러워요!!' 나도 너와같은 반응이 처음이라 고마워요!! 

4. 새로운 교회 목사님께서 설교 중 사용하시는 '되어지다'라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정말 괴롭다.  괴로울 정도로 많이 사용하신다. 아아- 왜 저 습관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까. 사모님은 왜 아무 말씀도 안해주시는 걸까. 안타깝게도 담임목사님의 습관은 부교역자들 중에서 닮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5. 왜 교역자의 아내들은 자신의 남편을 '우리 김목사님', '우리 강도사님', '우리 전도사님'으로 지칭하는걸까.
왜 교역자들은 아내를 지칭할 때 '사모'라고 하는걸까(성도들이 사모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 이상하지만 그건 마땅한 호칭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으로 얼버부려보자).

6. 내 논문을 교정보던 신랑이 내가 글을 쓸 때 영어식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줬다. 어려운 우리말. 어려운 글쓰기.

7. 나 먹을 때마다 신랑도 먹이면서 엽산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8. 친정에 가서 지금도 거실 이불 위, 자기 집 안에서 자고 있을 내 강아지 동생들과 같이 자고 싶다. 내가 누우면 한 마리는 내 베개를 같이 베고 한 마리는 내 다리 옆에 기대어 자겠지. 그러다 엄마가 퇴근해 오시면 같이 밥먹고 과일먹고 9시 30분만 되면 꾸벅꾸벅 졸려하는 엄마를 못자게 괴롭히면서 아빠는 오늘도 늦으시나- 하고 싶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